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14. 7. 26. 01:08

찐득하다 반려인간, 웅이2014. 7. 26. 01:08

며칠간 비가 쏟아지다 오늘은 오후에 해가 났다. 비가 온 뒤에 강렬한 햇빛은 습기를 머금어 찌는듯해 힘들다. 비가 좀 더 왔으면 좋겠는데...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슬부슬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 한 대 마주치지 않는 어두운 국도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두 눈을 빛내며 도로 옆에 웅크리고 앉아 내 차를 경계하고 있었다. 차가 지나가길 조용히 기다리는 똑똑한 녀석이다. 조금 후에는 일찌감치 도로를 건너 바삐 뛰어가는 노랑둥이를 만났다. 녀석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녀석들은 왜 밖을 돌아다니고 있을까?


며칠 전 밤에도 그랬다. 그날도 막 비가 오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날은 세 마리를 만났다. 어쩌면 녀석들은, 잠시 비가 멈춘 사이에 마실이나 사냥을 나왔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자 서둘러 보금자리로 돌아가던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를 피할 곳은 있는지, 먹을 건 충분히 구할 수 있는지, 해코지하는 사람은 없는지, 안심하고 잘 수 있는 보금자리는 있는지 괜스레 나 혼자 걱정을 하곤 한다. 때로는 길 위에 쓰러져 있는 녀석들을 만나기도 한다. 바퀴에 밟혀 찢기고 짓이겨진 녀석들을 만나면 마음이 내려앉는다.


그들의 삶이라는 게 그런 거겠지. 그리고 꼭 위험함과 고단함만 있는 삶은 아니겠지.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행복이 있겠지 생각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어쩌면 내 오만한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인스타를 열었다가 덫에 걸려 크게 다친 냥이를 보았다. 이 산 저 산으로 외출을 다니던 녀석이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겨우 돌아왔다고 한다. 덫에 걸렸음에도 집으로 돌아와 준 녀석이 대견하기도 하고 크게 다친 녀석이 안쓰럽기도 하고... 아주 복잡한 감정이다. 부디 잘 회복해서 다시 건강해지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어쩌면 그들에게 고단함이란 밖에서 사느냐 안에서 사느냐의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제넘은 오지랖이든 감정적인 분노든 모르겠고...그냥 많이 걱정되는 밤이다. 찐득한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찐득한 밤이다.



큰 상처를 견뎌내고 살아준 캔처럼... 도도야, 얼른 나아서 건강하게 다시 뛰어놀아라. 응원할게. 진심으로 응원할게.

'반려인간, 웅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세상  (0) 2014.07.29
멍하니 눌러앉기  (0) 2014.07.28
비가 온다  (0) 2014.07.25
The Signal  (0) 2014.07.24
관계  (0) 2014.07.22
:
Posted by Mu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