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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라미레즈'에 해당되는 글 1

  1. 2012.02.25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 프로젝트 음반에 얽힌 일화 1
다 쓰고 나니 글도 못 쓰는게 횡설수설 길게도 써놨네요. -_-;;;; 잼없으니까 읽지마세요 (써놓고 막말!)
그래도 저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골 때리는 일화여서 꼭 기록하리라 마음 먹었었고, 기록하게 되었네요. 아직도 전 생각 할 때마다 웃겨서 죽을 것 같은데...우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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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산책 중인 재클린을 만났다

트위터에서 빈둥거리던 2월 13일 늦은 밤. 느려진 타임라인이 심심해서 여기저기 트친님들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다가, 한 트친님의 블로그에서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라는 제목의 음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원주에서 빈둥거린지 15년이 지났지만 문화적으로 답답한 깡촌이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했던 나에게는 제목 자체가 신기한 음반이었다.

'누군가 원주 놀러왔다가 삘이라도 받은건가?'

호기심이 발동해서 제목으로 구글링. 별 정보는 없다. 강원도 일부 지역신문에 똑같은 기사만 몇 개 검색 될 뿐. 기사의 내용은 요약할 것도 없이 다음과 같이 짧았다.

이 음반은 원주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앨범이며 원주 출신 기타리스트인 '재클린 라미레즈'가 같은 원주 출신뮤지션들을 모아 공동으로 작업한 10곡의 창작곡과 1곡의 리메이크를 포함, 총 11곡의 음악이 실린 앨범이다. 곧 음원 서비스가 시작되며 제작된 소량의 CD는 원주 문화재단이나 원주 미디어센터를 통해 무료배포중이다.

한 '외국인'이 원주 놀러왔다가...도 아니고 태어났단다. 처음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재클린'이라는 이 '외국인'이 어쩌다 이 깡촌에서 나고 자랐는지, 그리고 어쩌다가 그 깡촌을 주제로 음반을 제작하게 되었는지, 그의 (혹은 그녀의) 사연이 몹시 궁금해진다. '재클린'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에 대한 얘기는 조금 아래에 다시 골 때리는 일화와 함께 소개하기로 하고...

음원 서비스가 될 예정이라니 음반에 담겨진 음악들에 대한 궁금증이야 음원 서비스를 통해 해소하면 될 일. 하지만, 아직도 음반은 CD나 LP 같은 물리적 매체로 소장해야 한다는 내 습성 때문에, 이런 신기하고 의미 있는 것들은 특히나, 무료 배포중이라는 CD를 찾아보기로 한다.

원주 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 음반에 대한 얘기는 단 한줄도 없다. 원주 미디어 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 역시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다시 한번, 두 단체를 규탄하고 넘어간다. 규탄!!

아마도, CD가 다 떨어져서 더이상 배포하지 않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 CD 소장의 기회가 없음에 대한 한탄을 트윗팅했다.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 음반을 CD로 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건가...털썩..."
"듣는거야 음원 구매해서 들어도 되지만... 그런건 CD로 소장해야되는데...엉엉ㅠㅠ"

잠시후, 처음 정보를 얻은 블로그의 주인이신 트친님이 내 눈물의 트윗에 감동(?)하셔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시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에게 물어 구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신다고 하셔서 고마움에 몸둘바를 모르고 이리 빈둥 저리 빈둥 하다가....(응?)... '재단 쪽에 상당한 수량의 CD를 보냈으니 먼저 전화로 한번 문의 해보는게 어떨지'라는 멘션을 받았다. 그러타.... 홈페이지만 뒤져보고 전화 할 생각은 안해봤다.. -_-;;;; 그런 단체들의 홈페이지에 그런 정보 없는게 한 두번이었나... 게으른 녀석...ㅠㅠ

다음날 날이 밝고 잠에서 깨자마자 (한 오후 두시쯤?) 문화재단에 전화를 하니.... 'CD 열라 많아염'... 이러고 있다... 이거뜰을..칵... 일단 씻고, 밥먹고, 침 맞고, 원주시청으로 달렸다. 한쪽 구석에 있는 원주 문화재단 사무실에 들어가 한 쪽 상자속에 감춰져 있던 CD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원주 문화재단을 규탄하고 넘어가자. 규탄!!! (물론, 음반 제작을 지원한건 잘했으니 머리도 쓰다듬어 주자)


보관하다 손상되면 맘이 아프니까 종이로된 CD 자켓을 선호하지는 않는데 디자인이 꽤 괜찮다. 원주 어디매에 저렇게 생긴 재클린의 집이 있단 말인가...
 


 왠지 김광석의 앨범이 생각나는 소박한 속지의 모습과 빼꼼~ CD.

이렇게 트친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CD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 원주라는 동네를 음악으로 어떻게 담았는지 듣는 일과 '재클린'이라는 사람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일 만 남았을 뿐.


둘! '재클린 라미레즈'란 사람이..... 뭐?!!! @@

음반에 담긴 곡들은 장르가 심하게 다양하다. 블루스도 있고, 재즈도 있고, 통기타 발라드도 있고, 락도 있고...심지어 힙합도 있다. 내 취향이 아닌 곡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준도 기대이상이다. 특히, '어여'와 '신림(神林)', 'Friday Night Blues'는 상당히 좋은 곡들이다. 그냥 조용히 묻히기에는 아까운 곡 들이다.

음반을 반복 청취하면서 머리속으로 내 멋대로 상상을 해본다. '재클린 라미레즈'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

1. 음반에 대한 소개를 듣기 전, 내 최초의 추측: 재클린이라는 외국인이 원주 놀러왔다가 삘 받아 음반을 만들었다.

2. 그런데, 기사에서 소개하길 '재클린 라미레즈'는 원주에서 태어났단다.

3. 수정된 추측: 원주에는 미군 주둔지가 있다. '라미레즈'라는 성은 라틴계 미국인을 떠오르게 한다. 아마 주한 미군의 자녀가 어떤 이유로 한국에 눌러 앉기로 하고 원주에서 기타를 치며 성장하게 된다. (아주 소설을 써라...)

내 빈곤한 상상력 탓에 추측은 여기까지... 그리고 내 맘대로 기정사실화 해버린다...-_-;;;; 그리고는

"재클린 라미레즈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10년 넘게 원주에서 지낸 나보다 외국인 원주를 더 사랑하는구나... 였는데, 알고보니 이 냥반 원주에서 태어났... 이름만 보고 당연히 외국인일거라 생각... 미앙해요 재클린"

따위의 트윗을 날리고 있었다.
 


음반을 들으면서 리뷰랄 것도 없이 그냥 단순한 감상을 트윗팅하며, '재클린'이라는 사람에 대해 인터넷 상에 정보가 너무 없음을 한탄하는 동안, 또 한번 트친님이 '재클린'의 다른 곡 'Fade Away'를 소개해주셨다. 이번에는 '재클린'의 목소리도 포함된 곡이다.

'어라? 한국말도 잘하네?' '당연하지. 한국에서 태어났잖아. 아무리 외국인이라도...' 라고 또 혼자 막 상상한다.


혼자 음반에 얽힌 스토리를 멋대로 만들어가던 중, 기억난 사람 하나. 대학 시절 음악 동아리의 선배 한명이 자신의 마지막 정기 공연을 앞두고 옆 동아리 기타리스트 한명을 초빙해서 같이 작업한 적이 있었다. 내가 대학교 2학년이던 96년이었다. 


동아리 선배야 원래 뛰어난 사람임을 익히 알고 지냈었지만 문제는 그 기타리스트. 그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을 처음 봤다. 스티비 레이 본의 블루스 곡을 기가막히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목소리도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취미 삼아 동아리 생활을 하며 '할 사람 없으니 니가 해봐라'라는 식으로 시작한 베이스를 띵띵 거리던 나는 이미 진짜 음악인이 된 사람을 처음으로 본거였다. 1년이 좀 안되는 기간 동안 잠깐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으로서 알았던 그 사람은 몇 년 후, 프로 뮤지션이 되었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을 뿐 더이상의 교류는 없었고, 가끔 '그 기타 잘치던 냥반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나?'라며 떠올리기만 했었다.

그런데, 원주 출신 뮤지션들을 모아 만든 앨범이라면 그 사람이 없다는게 좀 아쉽다. 내가 아는바로는 원주에서 기타 제일 잘 치는 사람이 그 사람이니까... 그래서 생각난 이름을 트위터에서 한번 지나가듯 불러본다. "그나저나 OO이형, 그 냥반 뭐하시나"......

그리고 날아든 박장대소 멘션 하나. 그리고 이어진 멘션 또 하나..

"재클린이 바로..."

-_-;;;;;;;;;;;;;;;;;;;;;;;;;;;;;;;;;;;;;;;;;;;;;;;;;;;;;;;;;;;;;;;;;;;;;;;;;;;;;;;;;;;;;;;;;;

이건 마치.... 본인을 앞에 두고 그 사람의 안부를 묻는 그런 상황? 
출생의 비밀을 안 막장 드라마 주인공의 심정?...아...이건 아닌가?...

'그나저나'라고 툭 던진 사람이 '재클린'이라니... 내가 알던 사람이라니... 미군 자녀도 아니고, 남미계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이니 한국말 잘하는 것도 당연하고.... 뭔가 잘못한건 없으면서도 상황이 너무 웃겨서 막 챙피하구 한심하구 웃기구. 한참을 웃다가 얼굴 붉히다가 울다가(응?)... 그 이후로 이어진 멘붕의 기록은 여기에 차마 남길 수 없을 정도....어쩌면 내 최초의 멘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_-;;;;

한참의 멘붕의 폭풍이 지나간 이후, 갑자기 억울한 심정이 덜컥!!

'아니 그 냥반은 왜 이름을 저렇게 써놔서 (떡하니 '라미레즈'라는 성까지) 사람을 민망하게 하나!!!'

그러다가 또 한참 혼자 낄낄 거리고 막 쥐구멍 뒤지구...ㅋㅋㅋㅋㅋㅋㅋㅋ

뻘쭘하고 민망하면서도 오지게 반가운 아주 복잡한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트친님을 통해 한다리 건너서 안부도 전하고 내 뻘짓도 알리고... 언제 한번 다시 보고 싶었던 사람인데, 이제 못봐! 안봐!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이 넓은 세상의 좁은 인연으로 골 때리는 하루를 보내고 나는 한달을 즐거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셋! 잡다한 다른 이야기/소식들

1. '재클린 라미레즈'의 원주 프로젝트 두 번째가 곧 시작된다는군요. 올 연말에 발표할 예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는데 다시 한번 큰 기대를 해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해버릴테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전체 3부작으로 구상 중이라는군요. 역시 요즘은 트릴로지가 대세!

2. '어여'를 만들고 부른 '이윤신'의 앨범이 곧 발매될 거라는 소식이 있더군요.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라 하는 곡이 바로 '어여'입니다. '이윤신'의 목소리에 반한 저로서는 그녀의 개인 앨범이 엄청 기대됩니다.

3. '재클린 원주를 산책하다' 음반은 여러 음원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원주 사시는 분들이 아니어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한 곡들이 많으니 꼭 들어들 보셔요.

4. '오이시맨'이라는 영화의 OST로 사용된 재클린 라미레즈의 'Fade Away'라는 곡도 참 훌륭합니다. 꼭 들어들 보시길.

5. '재클린'의 두번째 원주 프로젝트도 '원주 문화재단'에서 지원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좀 확실히 홍보 해주길 바람. 이번에도 홍보 제대로 안하고 CD 처박아 둔다면 또 규탄할거임!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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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