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온다. 길던 가뭄을 몰아내려고 며칠째 비가 온다.
빗소리가 좋다.
아파트에서 듣던 빗소리도 좋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고인 빗물을 가르는 소리도 좋았고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소리도 좋았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위를 두드리는 소리도 나름 좋았다.
하지만 여기서 들리는 빗소리는 훨씬 다양하다.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 흙 위에서 부서지는 소리, 멀칭해 놓은 비닐을 두드리는 소리, 펌프 쇠뚜껑을 두드리는 소리.
물론 여기도 시멘트 포장이 있고 가까운 아스팔트 도로도 있기 때문에 그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빗물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다. 꽤 시끄럽지만 짜증 나는 소리가 아니다.
빗물 통을 따라 흐르는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저마다 색깔이 다른 빗소리를 들으면서 맥주 한잔 하면 좋겠다. 이 소리를 함께 들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