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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2. 01:57

수도 말썽 반려인간, 웅이2014. 7. 22. 01:57

수도는 물을 실어 나르는 시스템이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고 변기 물을 내리면 물이 내려가고 새 물이 차오른다. 보일러를 거친 수돗물은 온수가 되어 쏟아진다. 사는 지역에 큰 공사가 있거나 아파트 물탱크 청소하는 날이 아니라면 물은 나온다.


물은 잘 나왔었다. 내가 아파트 생활을 할 때까지는.


지금은 수도시설이 없는 외진 곳에 살고 있다.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려 사용한다. 역시 물은 틀면 나온다. 온수도 나오고 변기 물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가뭄'은 신문에서나 보던 단어다. '타들어가는 농심' 따위의 진부한 타이틀과 함께 급수차가 논을 배경으로 물을 뿌리고 있는 사진이 늘 함께한다. 건너 건너 불 구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문제다. 올해 전국이 가뭄이다. 원주를 포함한 중부내륙은 가장 심한 가뭄지수를 보이고 있다.


보일러 온수가 역류한다. 역류한 물이 펌프로 밀고 들어가 펌프가 물을 끌어 올리는 걸 방해한다. 어쩔줄 몰라하는 펌프는 물도 못 뿜어내면서 혼자 돌며 내 전기세를 탕진한다. 펌프를 제정신 차리게 하려면 마당을 나가 무거운 쇠뚜껑을 열고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딘가 누수가 있다.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소리다. 누수탐지기는 물 새는 소리를 탐지하는 청진기 비슷한 원리인 것 같다. 이런 산속의 집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사방 천지에 별의별 소리가 드글거리니 물 새는 소리는 파묻혀 버리고 만다.


지하수 펌프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다른 곳에 너무 문제가 많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집에 물이 나온다는 건, 아주 단순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아직 문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체크 밸브'니 '강압변'이니 '압력 스위치'니 따위의 아는 부품 이름만 늘어났다. 무엇보다 문제는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다. 산골 외딴 집을 위한 관리사무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복잡한 문제를 넘고 나면 아마 다른 문제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주택에서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좋은 점도 많고 불편한 점도 많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불편한 점들이 공부가 된다. 괴로움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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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