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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고 싶어!! 하지만 키울 수는 없어!!

어릴때는 집에서 개를 길렀었는데 그 수가 제일 많았던 때는 네마리나 키웠었다. 부모님이 사오신 잡종 한마리가 동네를 싸돌아댕기다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새끼를 낳아 총 삼대에 걸쳐 한 개집안(?)이 같이 살았더랬다. 거기다 어디서 비 쫄딱 맞고 기어들어온 새끼 고양이 한마리는 개밥 좀 나눠 맥였더니 며칠만에 지집마냥 눌러 앉아 마당 한구속에서 천역던스럽게 그루밍을 해대며 오손도손 잘들 살았더랬다.

집에서 떨어져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도 개든 고양이든 항상 키우고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키울 수 없었고, 뭐라도 하나 업어오고 싶은 생각이 절절할 때면 티비동물농장이나 인터넷으로 다른이들의 개나 고양이가 재롱 떠는 걸 보며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ㅠㅠ

왜 키울 수 없느냐...마당이 딸린 집도 없고 혼자 사는데다가 생활도 불규칙하고 내 미래가 불투명(?)해서...거기다 그닥 부지런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 큰 이유중 하나... 하는일 특성상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공간이다 보니 거기다 뭘 키운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도 서로 서먹하기나 하지...나야 그렇다 쳐도 혼자 좁은 아파트에 갇혀 있을 개 혹은 고양이는 무슨 죄란 말인가.

너무 좋아하지만...그래서 더욱 미안하기 때문에 키울 수 없었다.


어느날 내 앞에 나타난 녀석

강원도 문막 변두리에 있는 공단.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있는 곳이다. 욕심 많은 사장이 넓은 부지 두개를 사들여 한 부지에는 사무실과 공장을 짓고 한 부지는 가건물로 만든 창고만 덩그러니 놓아둔체 태초의 모습 그대로 버려두었다.

대충 쌓아둔 폐자재와 관리를 하지 않은 땅을 자연스레 차지하는 잡초들이 우거진 이 뒷뜰에 이 녀석이 나타났다.

꼬질꼬질 쬐깐한 노랑둥이

신기하게도 녀석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다. 아파트 주차장에 자동차의 땃땃한 후드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녀석들은 10m 이내로만 다가가도 후다닥 도망가곤 하는데, 녀석은 아니었다. 누가 부르든 사람이 부르면 부르는데로 어디에 있던 쪼르르 달려와 애교를 만땅 부리고는 했다. 가여워서 개사료도 훔쳐 맥이고 캔도 사다 맥이고 하니 며칠 후에는 아예 때되면 밥달라고 사무실 베란다 쪽으로 와서 울어제낀다.

가만 앉아 있으면 무릎에도 올라와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이리저리 걸어다니면 내 다리를 쫓아 장난치자고 덤벼든다. 누가 키우던 녀석을 여기다 버린 것일까? 사람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 쌓이면 회사에서 키우는 진돗개들을 데리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녀석이 나타난 후로는 뒷뜰에서 이녀석과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애교가 많고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데리고 노는 재미도 일품이지만 또한 걱정도 많아진다. 세상엔 고양이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밤이되어 퇴근할 시간이 되면 먹을 걸 싸들고 뒷뜰에 올라 '나비야~'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 '냐아아아옹~'하며 우다다 달려온다. 개도 이렇게 부른다고 달려오지는 않을텐데, 볼수록 신기한 녀석이다. 혼자 밤을 보내야 되기에 이것저것 맥이고 물까지 떠다 맥이고서도 한참을 같이 놀다가 겨우겨우 발길을 옮겨 집으로 향한다. 내버려 두고 집으로가는 내 뒷통수에 대고 애절하게 울어제끼는 녀석덕에 발길을 돌려 다시 놀아주길 여러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집에 돌아오곤 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집에와서도 걱정때문에 잠도 잘 안왔다. 비 피할 곳이야 있지만...그래도 걱정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녀석이 나타난지 이 주정도 후에는 홀로 지내던 녀석을 회사에서 친한 후배녀석이 업무시간이나마 거둬주었다. 1층에 있는 녀석의 사무실에는 사람 왕래도 별로 없고 뒷뜰로 이어지는 문도 있어 야옹이가 들락거리기 좋은 장소였다. 안쓰는 의자까지 하나 내주어 안심하고 늘어지게 자다 챙겨주는 밥 잘 먹고 잘 지냈다. 하지만 그것도 낮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퇴근할 때는 내보내야 되기 때문에 밤에는 역시 혼자 밖에서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초보집사와 불완전한 동거 시작

녀석이 나타난지도 벌써 두달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 요건 나중에 다른 포스트로 주절주절거려 볼 예정이다 - 나나 야옹이나 서로 힘들겠지만 그래도 밖에 혼자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괜찮을 듯 해서 결국 집으로 델구 들어와버렸다.

어렸을 때 집에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지만...그게...아무래도 내가 키웠다기 보다는 부모님이 나랑 고양이를 같이 키우신 거였지. 난 그냥 고양이가 이쁘다고만 생각하는 암것도 모르는 초보 집사가 된 것이다.

암것도 모르는 초보 집사. '나'의 반려동물 '몽'이가 아니라 '몽'이의 반려인간인 '나'로서의 생활이 시작되...버렸다...

암것두 모르는 집사지만...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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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