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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23. 23:39

몽네 집사, 양네 집사 몽이와 양이 더하기 쿠쿠2010. 11. 23. 23:39

11월 23일, 몽이를 입양한지는 다섯 달 정도가 되었고 양이가 태어난지는 석달 정도가 되었네요. 몽이를 입양 하기로 결정할 때도 많이 망설였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키우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유였지요. 솔직히 귀찮을 것도 같았고, 평생을 키울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제대로 몽이의 꼬임에 넘어가, '그래, 한 마리 정도는 괜찮겠지.'로 시작된 것이 순식간에 다섯 마리로 늘었다가 이제 두 마리가 되었네요.

 
몽이는 처음 집에 왔을 때 부터 발정이 시작된 것을 제외하고는 절 그다지 피곤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양이의 발정이라는 것이 펺치만은 않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데려오는 날 시내 용품점에 나가 필수 생활 용품을 눈에 보이는 데로 사왔습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싸구려 모래로 채워준 화장실을 만들어 주니 잘 사용해 주었습니다. 파보바이러스 감염으로 아팠을 때를 제외하고는 배변 문제로 절 괴롭힌 적이 없었지요. 동물 병원에서 눈에 보이는 싸구려 캣타워 겸 스크래쳐를 아무거나 사다줬는데 벽지 한번 긁은 적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트용 싸구려 사료를 줘도 맛있게 먹어주었지요. 그 후, 질 나쁜 사료임을 알고 어떤 사료를 먹여야 될지 몰라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사서 먹이느라 계속 바뀌는 사료의 종류에도 어느 것 하나 싫은 내색 없이 잘 먹어 주었습니다. (간식은 확실한 취향이 있어서 몇 개 버린 적이 있습니다. ㅋ)


처음 집에 데려온 날에도 불안해 하거나 무서워 하지 않고 방에 발을 디딘 순간 거실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서는 한시간 넘게 늘어지게 자던 아주 속 편한 녀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몽이의 딸, 막내 양 선생 되시겠습니다. 거의 한살 정도로 다 커버린, 알거 다 아는, 절 너무나 편하게 해주던 몽이와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네, 저도 이해합니다. 양이는 어리잖아요. 이제 막 석달이 다 되어가는 애송이 아니겠습니까.


이 조막만한 녀석이 뭘 알겠습니까. 가만히 보면 엄마 말도 잘 안듣는 것 같던데...아무리 엄마가 절 편하게 해준 예의바른 노랑둥이였다지만, 이쁜거 빼고 좋은거는 죄다 물려 받길 거부했나 봅니다.

사실 몽이 잘못이 아닙니다. 새끼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 그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키우게된 미숙한 초보집사의 잘못이지요. (아...길들여져도 이리 잘 길들여 질 수 있는 것인가...)


양이의 형제 자매들, 밍키, 쿠쿠, 달래는 한달 남짓 다리에 힘 좀 들어가던 시절 부터 화장실을 소개해주니 군소리 없이 배변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뭐 가르치고 나발이고도 없었어요. 그저 딱 한번 화장실에 억지로 앉혀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양이 이녀석은 이제야 화장실을 찾아 갈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가끔은 방구석에 실례를 하기도 하지요. 참 신기한게 대변은 꼭 화장실에서 봅니다. 그런데 가끔 소변을 엉뚱한 곳에서 보는겁니다. 요 며칠은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해 주셨는데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듯 합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방구석을 살피며 혹시 실례하지는 않았는지 살피고 있네요.


몽이는 절 딱 한번 할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안고 있었는데 밖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서 놀라서 실수 한 적이 딱 한번 있네요. 양이는 허구헌날 제 몸에서 피를 보게 합니다. 몽이는 장난을 치면서 앞발질을 하다가도 제 몸에 닿으면 절대 손톱을 밖으로 내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이 녀석은 발톱을 양껏 세우고 제 등을 등반하거나,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발등을 이불을 뚫고 할퀸 적도 수도 없이 많아요. 지금 제 몸 구석구석은 양선생께서 하사하신 스크래치로 가득합니다. 장난 거는 건 고사하고 자다 뒤척이기도 두려울 정도예요.


몽이는 한번 올라갔다가 저한테 혼나면 다시는 안올라갑니다. 물론, 제가 안 볼 때만요. 양이는 안 가는 곳이 없습니다. 안 들어가는 곳이 없습니다. 싱크대 밑 판을 항상 넘어뜨려서 지저분한 구석으로 기어들가고, 상자란 상자는 죄다 차지하고 난동을 부립니다. 책상, 싱크대, 티비, 밥상... 올라가지 말라고 혼내도 잠시 뿐입니다. 죽자고 내려 놓으면 죽자고 올라갑니다. 제가 밥 먹을 때도 조용히 옆에 앉아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몽이와 달리 이녀석은 밀치는 손을 오히려 힘으로 버티며 밥상으로 기어올라옵니다. 궁둥이 많이도 맞았지요. 그래도 올라옵니다.


이외에도 이 녀석은 눈만 뜨면 사고를 쳐대서 아주 피곤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가끔 괜시리 몽이한테 화풀이를 하기도 하지요. '너무 오냐 오냐 키우지 말어!!'


그래도 몽이와 양이 둘이 있으니 즐거움은 백이십삼배 쯤 됩니다. 아침에 제가 출근할 때 몽이가 더이상 울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혼자 있을 몽이 생각에 안쓰러웠는데 이제는 둘이서 제발 집만 때려 부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합니다. 밤마다 운동겸 놀이겸 몽이랑 놀아주느라 헉헉댈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시도 때도 없는 둘의 우다다에 소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사냥 놀이 할 때...정말 눈에 뵈는게 없나봐요. 자다가 심하게 밟혀서 깬 적이 수도 없네요. ㅡ,.ㅡ


오늘 아침처럼, 눈을 떠보니 몽이는 제 팔을 베개 삼아 자고 있고 양이는 제 뱃살을 이불 삼아 자고 있을 때면...정말 행복합니다. 둘이 함께 부르는 골골송도 아주 스테레오로 기분 좋게 해주고요. 몽이랑 함께 양이 잘 가르쳐서 예의바른 고양이로 만들어야 겠습니다. 다만, 양이가 이리저리 무대뽀로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너무 부딪히고 떨어지고 해서 다칠까 걱정입니다. 아주 혼자서 다이하드를 찍거든요.




암튼...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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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