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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오는 마지막날 새벽에 CNN으로 본 일본 대지진 소식에 미리 계획 되어있던 일본 출장 계획을 어찌해야 하나 이사님과 둘이 주말내내 뉴스를 확인하며 고민을 했습니다. 뭐...결국 다녀오기로 해서 무사히 다녀왔습니다만...-_-;

너무 중요한 출장 이었던 데다, 방문할 지역은 지진 피해지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나고야 근방 마츠자카, 외교통상부는 피해지역 인근만 여행 자제 등으로 지정 해놓은 상태. 사실 지진보다 원전 문제가 가장 신경이 쓰였지만, 출장을 취소할 공식적인 명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뭐 가 있는 동안에도 외교부는 일본 정부 발표만 되풀이 하는 상황 이었으니...(그것도 2~3시간 느리게...-_-;;) 알아서 안갔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더 결정적인 건...방문할 회사 직원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는 점...상황이 이러하니 방문하지 마라...라며 만류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이 당연히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_-;

암튼...썩 내키지는 않지만, 출장을 가기로 결정하고 월요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티켓팅하는 곳에 먼저 서 계시던 119구조팀 분들. 피해지역 근방에 착륙할 마땅한 공항이 없어서 대기 중이라는 뉴스를 들었는데 일부 구조대 분들이 여기서 출발 하시더군요. 부디 아무 탈 없이 귀국하셨기를 바랍니다.

나고야 근방 중부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느낀 첫 인상은...여기는 아무 일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공항과 기차역에 평소와 다름없이 바글거리는 사람들...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는 하지만, 얘네는 원래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원전 문제 때문에 그런거라 보기는 좀 힘듭니다. 한국 뉴스 보다가 일본에 와보니 오히려 안심되는...그런 이상한 분위기?


나고야역에서 마츠자카로 가는 기차안에서 발견한 흡연칸....아직도 흡연차량이 남아있더군요.


회의를 마치고 저녁으로 유명한 마츠자카 소를 먹었습니다. 맛은 그닥...너무 씹는 맛이 없다고나 할까요? 달달한 소스도 한 몫 했습니다.


한 쪽에서는 사람들이 수천씩 죽어나갔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뭔가 이상한 기분이...무엇보다 불안과 걱정을 하지 않는건지, 내색하지 않는건지 모를 일본 직원들 때문에....감히 걱정도 못할 그런 분위기 였습니다.


숙소에 들어오자 마자 티비를 틀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 뉴스를 보며,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확인하니 다시 불안감이 생겨납니다.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원전 상황이 점점 악화되가는 점이 가장 신경 쓰이더군요. 그저, 여기는 멀리 떨어진 곳이니까...괜찮아...괜찮아...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잠이 들었습니다.


별탈없이 푹 자고 일어나 다시 뉴스를 확인합니다. 불안한 뉴스와는 달리 숙소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은 별일 없다는 듯 합니다.

방문한 회사 직원이 이번 지진피해에 대해...
'센다이 지역에 있던 우리 지점 사무실은, 말 그래도 사라졌다. 직원들은 다행히 모두 무사했지만, 말 그대로 건물이 사라졌다.'
'도쿄 사무실은 어제(저희가 도착한 날)부터 임시휴무 하기로 했단다. 아무래도 영향권에 있어서 그런 조치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여기는 더 멀리 떨어져 있으니 괜찮다.'
'우리도 큰 충격을 받았다. 내색은 안하지만 걱정도 되긴 하지만, 여기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괜찮을 거야.'

그리고,

'나고야 지역은 100년에 한번씩 큰 지진이 발생하고는 했었는데...거의 100년이 다 되어간다.  아마 다음번은 이쪽에서 대지진이 날거야.'

라며 미소를 짓더군요. -_-;

항상 지진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어떤 문화(?) 같은 것이 아닐런지...뉴스와 실제 생활 사이의 큰 온도차를 느끼며 지냈습니다.


이틀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길. 2박 3일 동안 원전 사태를 점점 악화일로 였고, 동북부 지방에 국한되어 있던 지진이 전날 밤에는 동경과 나고야 사이에서 6.0 강도로 발생했었습니다. 어쨋든 돌아가는 길이니...별 탈 없기를 비는 수 밖에 없었지요.

작은 시골 동네라 기차역도 작은 마츠자카역.


그 작은 역에 다양한 기차들이 드나듭니다. 전철, 기차, 고속열차 (사진에 보이는 기차는 신칸센은 아닐 겁니다.) 오래된 기차 부터 신형까지.


기차역 천장에 꽤 많이 걸려 있던 CD들...인테리어인지 뭔지...-_-;


나고야역에서 점심으로 라멘 한사발 때리고...


짜잔~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몽이와 양이와 빈둥거렸습니다. 삐진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그래도 붙어 있어주는 몽이.


'남들은 다 뜨는데....일본으로 출장을 가? 미친쉐끼...'라는 듯한 몽이와 양이...-_-;


동북부 갔다 온 것도 아니면서 왜그리 호들갑이냐고요? 네...저 겁 많아요.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 처럼,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동시에 벌어진 상황이라면 더더욱 겁나요.


그래도 이렇게 들러 붙어주는 몽이와 양이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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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