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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가 달래주냐?'에 해당되는 글 1

  1. 2011.01.31 한밤중의 난데없는 대소동 2
29일 토요일에서 30일로 넘어온 새벽 두시경. 빡빡한 일정 탓에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는 잠이 오질 않아 밀린 설겆이 좀 하고 빈둥거리고 있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늘어져 있던 몽이와 양이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서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투닥투닥, 우다다 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문득 몽이 털을 빗어준게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몽이를 앉혀 놓고 빗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빗겨낸 털뭉치를 담을 비닐 봉투를 하나 옆에 두었지요. 새벽 세시, 냥이들에게는 한참 장난치고 뛰어놀 시간. 놀고 싶은데 붙잡아서 빗질을 하니 반항을 하네요. 비닐 봉투에 머리를 쑥 집어넣고는 부시럭 부시럭 장난을 칩니다. 낄데 안낄데 가리지 않고 재미난거 보이면 무조건 동참하고보는 양이까지 가세해서 부시럭 부시럭거립니다. 빗질을 포기한 저는 지금까지 빗겨낸 털뭉치를 뽑아내며 다른 휴지통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우당탕탕....엄청난 소리가 등뒤에서 터집니다. 우다다를 아무리 심하게 한다고 해도 그리 심한 소리가 나지는 않습니다. 놀라 뒤돌아 보니 양이가 목에 비닐 봉투를 두른체로 정신없이 내달립니다. 거실에서 베란다로, 베란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안방으로, 다시 안방에서 베란다로... 그냥 내달리기만 하는게 아닙니다. 엄청난 속도로 여기저기 부딪혀 대며 집을 갈아 엎을 기세입니다. 싱크대 밑으로 도망쳤다가 다시 튀어나오는 양이를 겨우 잡고 비닐을 벗겨줍니다. 심하게 놀랐는지 저를 보면서 엄청난 하악질을 퍼붓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양이 표정은 처음 봤습니다.

비닐을 벗겨주자마자 양이는 다시 내달립니다. 베란다에서 마주친 엄마, 몽이를 보면서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털을 곤두세웁니다. 부풀어 오른 꼬리는 지 몸뚱이보다 두꺼워 보입니다. 놀자고 내달리는 줄 알고 뒤쫓아 달리던 몽이는 갑자기 진심으로 덤벼오는 양이에게 더 엄청난 괴성과 털세움으로 맞섭니다. 끝내 책상 밑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괴성을 질러대는 양이. '이자식이 어디 감히 엄마한테...'라는 느낌으로 괴성을 지르며 쫓아 들어가는 몽이를 안아올려 안방으로 격리시키고 양이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양이는 책상 밑에서 울어대고, 몽이는 방에서 억울하다고 울어대고....

몽이 중성화 수술때 썼던 철장을 꺼내 몽이를 가둡니다. 한참 놀란 양이를 가두는 것 보다는 나을거 같아서.... 몽이는 철장에 갇혀서 울어대고 양이는 아무리 달래도 괴성을 지를 뿐 책상 밑에서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몽이 달래고 양이 달래고, 양쪽을 오가며 진정 시키려 노력하는 저도 영문도 모른체 당황하여 정신없기는 매 한가지였지요. 철장에 가둬 미안하다고 몽이를 달래고 돌아선 순간, 책상 밑에 양이가 사라졌습니다. 괴성을 지르지도 않고요. 이리저리 조용히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양이를 부르며 찾아보니 안방 침대 위, 이불 틈속에 숨어서 밖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조금 진정이 된 듯 하지만, 놀란 기색은 그대로, 그 작은 가슴이 벌렁거리는게 눈으로도 보이더군요. 눈은 똥그랗게 크게 뜨고 밖을 주시하면서 꼼짝을 안합니다. 맛있는거 들이밀면 좀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캔을 하나 까서 반은 몽이에게 가둬서 미안하다고 주고, 침대위에 양이에게는 진정하라고 조심스레 들이밉니다.

몽이는 뭐 가둔건 가둔거고 간식은 간식이니 투덜거리면서도 잘 먹습니다. 그런데 양이는 그 좋아하는 간식이 담긴 그릇은 쳐다볼 생각도 안하고 여전히 밖을 주시하며 미동도 없습니다.
뭘 해도 소용이 없겠다 싶어 우선 투덜거리는 몽이를 철장 사이로 쓰다듬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달랩니다. 그 와중에 계속 양이를 주시하면서 상황을 살핍니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쯤, 철장을 들고 안방으로 조심스레 들어갑니다. 몽이를 보자마자 양이가 또 움찔하며 몸을 숙입니다.

이제 같은 방에서 철장속 몽이를 쓰다듬으며 양이에게 주절주절 설명을 합니다. 아무도 널 해치지 않는다. 여긴 나랑 니 엄마 밖에 없다. 안심해라. 안심해라.

한 시간이 지나고, 몽이를 철장에서 풀어줬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철장문을 열어 둔체 몽이를 안아들고는 서서히 양이에게 다가갑니다. 도망치거나 하악질은 하지 않습니다. 슬며시 몽이를 옆에 내려 놓자 몽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세수를 하고 발을 씻습니다. 양이는 조심스레 몽이 주변을 돌며 아직도 긴장한 모습입니다. 이때, 몽이가 양이의 꼬리와 등을 핥아줍니다. 양이가 움찔하며 살짝 놀랍니다. 그래도 큰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한시간이 더 지나고 몽이와 양이는 침대위에 같이 누워 있습니다. 몽이가 움직일 때 마다 양이는 움찔 움찔 놀랍니다. 그래도 간간히 서로 그루밍을 해주며 화해모드입니다.

그제서야 저도 안심이 되더군요. 트위터 이상황을 올렸더니 한 트친님이 보내주신 멘션을 보니 상황이 이해될 듯 도 합니다. 비닐 봉투 손잡이에 끼어버린 양이는 자신이 잡혔다고 판단하고 놀라서 도망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양이를 본 몽이는 우다다 놀이인줄 알고 신나게 양이 뒤를 쫓고...저는 비닐 봉투 벗겨주려고 역시 양이 뒤를 쫓고... 순간 양이는 몽이와 제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서운건지, 미안한건지, 뻘쭘한건지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양이

다시한번 간식을 주며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들려는 집사의 수작.
만약 이 모든 소동이 간식을 배불리 먹기 위한 자작극이었다면?!!! @@

아직 서먹하지만, 그래도 한자리에....



이불속에서 둘이 붙어 잠이 든 아침 7시, 저도 겨우 잠을 청했습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고 일어나보니 평소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온 몽이와 양이가 침대 머리맡에서 밥달라고 엥알거리네요. ㅎㅎ 정말 모두들 놀라고 황당하고 정신없던 한방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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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uore